병적 도벽의 심리

병적 도벽

 

 

병적 도벽의 정의

 

 절도 행위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이성적 판단의 결과로 보는 범죄학적 관점을 기준으로 볼 때, 병적 도벽에 의한 절도 범죄가 가지는 특성은 '행위의 불가피성'이다.

 

  이성적 판단이라고 할 수 없는 충동을 참지 못하여 저지르는 절도 행위의 불가피성이 내면에 있는 것이다. 또한 '행위의 불가피성'은 바로 Marks(1990)가 지적한 행위 중독성으로서 작은 의미로는 병적 도벽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병적 도벽은 DSM-5의 진단체계에 따르자면 파괴적 충동 조절 및 품행장애의 하위 장애로 진단된다. 병적 도벽은 오직 훔치고 싶다는 강한 충동 때문에 범행행위를 저지른다.

 

 이러한 충동 행동의 표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불안이 급격히 증가하고, 불안을 해소할 방안으로 절도 행위를 더욱 맹렬하게 원하게 된다. 일단 절도 충동을 실행하고 난 후에는 긴장감이 급격히 이완되고 편안한 일상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게 되는 병리적인 메커니즘을 지닌다

 

 여성의 경우에는 유난히 월경 기간에 병적도벽 행위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며, 또한 이런 병적도벽 행위가 남자 보다 여성에게 높은 비율로 발생한다는 것이 연구 결과 보고되었다. 그리고 정신장애와의 관련성은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DSM-5의 기준에 병적 도벽의 기준은 이러하다.

 

1. 훔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다.

 

2. 훔치기 전 강렬한 긴장감에 사로잡힌다.

 

3. 훔치는 행위를 하면서 쾌감, 만족, 긴장 완화를 순서대로 느낀다.

 

4. 훔치는 행위는 부당행위를 당해 복수를 하거나, 정신장애에 의한 것이 아니다.

 

 병적 도벽의 특성은 절도하고 싶다는 충동을 참지 못함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이들은 훔친 물건에 관심이 없으며, 절도를 행하고 난 후 범죄행위를 후회하고, 일상생활에서 체포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절도를 참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절도를 행하기 전서부터 느끼는 긴장감의 진행 상황이 고조되면서 느끼는 절정감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절정감 이후 급격한 긴장 완화가 주는 보상은 절도 행위의 충동성을 더욱더 가중한다.

 

 따라서 병적 도벽은 계획범죄가 아니며, 자신의 의지만으로 범죄행위를 컨트롤하기 힘들기 때문에 누범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Schuman(2004)은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을 일곱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하였다. 첫 번째 유형은 직업적인 도둑으로, 이들은 금전적인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반지와 같은 값나가는 물건을 훔친다. 두 번째 유형은 약물중독 혹은 도박중독자로서, 이들은 약물이나 도박의 자금조달을 위하여 물건을 훔친다.

 

 세 번째 유형은 생계를 위하여 물건을 훔치는 부류이며 절도를 생계 수단이라고 정당화시킨다. 네 번째 유형은 자극을 추구하는 유형으로 절도를 계획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 수반되는 일련의 위험 감수 행동의 스릴을 탐닉한다. 다섯 번째 유형은 인지장애가 있는 유형으로 지적장애잖아 노인이 해당한다.

 

 여섯 번째 유형은 병적 도벽을 지닌 자로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절도 행각을 벌인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유형은 중독적 강박장애 유형으로 이들은 매우 감정적이며 심리적 고통에서 기인한 일종의 표현행동으로 절도한다고 한다.

 

 병적도벽이 충동성의 조절 실패에서 기인한 강박 장애 적 상습절도는 다른 범죄들 보다는 조금 더 유병률이 높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Marks(1990)는 인생이란 수도 없이 많은 중독행위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하였다. 굳이 화학적인 약물중독이 아니더라도 우리 중 누군가는 먹는 행동, 도박 행동, 성행위 혹은 물건을 사재는 행동, 심지어는 술이나 담배를 피우는 행위에 중독되어 있다.

 

이들 다양한 행위중독의 증세는 외적으로 보자면 상당히 양태가 다르지만 내심 잠재된 중독 메커니즘에서는 상당한 공통점을 지닌다.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이들 증세는 병적 도벽과 특징이 유사한데, 우선 특정한 행위에 몰입하고자 하는 열망이 반복된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별 쓸모없는 행동이다.

 

 또한 일련의 강박적 행동이 완료될 때까지 생리적 긴장이 지속된다. 하지만 이런 긴장은 행위가 완결되었을 때 급격히 사라진다, 이런 현상을 '재빠른 수정'이라고 부른다. 이런 열망은 몇 시간, 며칠 혹은 몇 주를 주기로 다시 엄습하는데, 이때 특징적인 것은 중독 행위를 열망하게 하는 독특한 외적 자극이 고유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적 외적 촉발 단서를 열망하는 이차적인 조건화가 발생한다. 여러 개입전략의 공통된 두 가지 특징은 우선 중독 행위에 대한 열망과 거부반응을 습관화시키기 위하여 촉발 단서에 장기간 노출해 그 상황에서 충동을 통제해 보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촉발 자극이 포함된 외부 환경을 통제하는 방안이다.

 

 열망과 거부반응이 공존하는 다양한 중독행위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경우 중추신경 계의 보상 및 처벌 시스템과 연관되어 있다.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측좌핵 영역은 주로 쾌감이 동반되는 마약중독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며, 강박장애는 세로토닌, 5-HT 등과 같은 우울증 관련 신경전달물질과 연관성이 있다. 그러므로 도벽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경우, 대부분의 약물이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는 약물로 구성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병적 도벽이라는 진단명은 임상적으로만 통용될 뿐 절도 범죄와 연관해서는 그 어떤 공식자료에서도 유병률이나 치료법이 알려진 것이 없다. 물론 대부분의 절도 누범자들은 경제적 이윤을 얻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하지만 합리적인 의사결정과는 관계가 먼 어떠한 다른 이유로, 그중에서도 병적인 절도중독 증세로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라면 꼭 당장의 양형 판단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특정 행위에 대한 범죄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 그런 사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들을 보다 안정적으로 구별해 낼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형사정책 전반에 걸쳐 활용될 것이다. 이런 선별도구를 통해 포착된 절도 행위 중독자의 심리 특성도 확인하여 재범 방지 및 교정 생활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023.02.15 - [범죄심리학] - 심리학적 범죄 원인론

심리학적 범죄 원인론

2023.02.16 - [범죄심리학] - 정신병질 개념에 대한 이해

정신병질 개념에 대한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