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는 강도, 살인, 강간과 더불어 강력범죄로 분류된다. 우리는 뉴스 생방송으로 숭례문이 화마에 잠식되어 잿더미가 되는 장면을 보면서 슬픔과 먹먹한 충격 등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다른 강력 사건들보다 국민적 영향을 불러오기도 한다.
방화범죄의 특징
1. 방화범죄의 개념
화재 사건의 발생 원인으로는 기계적 요인, 부주의, 전기적 요인, 방화 및 방화 의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원인 중에 '고의로 화재를 발생시켜 타인에게 인적·물적인 피해를 입히는 행위'가 방화에 해당한다. 이같이 방화의 법률적 정의는 '고의로 불을 놓아 현주건조물, 공용건조물, 일반건조물 또는 일반물건을 태워 없애는 것'으로서 실화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형법에서는 진화를 방해하거나 폭발성 있는 물건을 파열하는 등의 준방화죄도 포함되고 있다.
2. 방화범죄의 특징 및 심각성
방화범죄는 다른 범죄와 비교할 따 손쉽게 행할 수 있으나 그에 비하여 인명, 재산상의 손실은 매우 크기 때문에 심각한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방화범죄 피해자들의 상당수가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증, 적응장애 등 정신과적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또한 범인 검거 차원에서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방화는 범죄가 진행되면서 모든 단서가 소실되는 범죄이다. 그러므로 일차적으로 범죄의 단서가 없어지고, 불이 진화되는 과정에서 이차적으로 현장과 단서가 오염되고 파괴된다. 이처럼 방화범죄는 수사뿐만 아니라 프로파일링에서도 분석하기 힘든 범죄유형 중 하나이다.
방화범죄자의 특성
1. 방화범죄자의 인구 발생적 특징
방화범에 대한 연구에서 알코올중독, 낮은 지능, 낮은 직업적 지위 등을 중요한 특징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방화범죄자들은 알코올이나 약물, 지적장애 등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Bradford(1982)에 의하면, 방화범은 다른 범죄자 집단과 비교하면 연령이 대체로 낮고 정신장애 및 성격장애의 비율이 높으며 직업적 지위나 학력이 낮은 특성이 있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전국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SCAS(과학적 범죄분석 시스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자가 대부분(93% 이상)이며, 연령대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아졌으며 40대가 가장 높고 그 이후부터 급격히 낮아지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학력은 고졸 이하의 비율이 70% 이상으로 대부분 학력이 높지 않았다. 결혼 유무는 미혼이 절반 이상으로 높게 집계되었으며 직업은 무직 및 노동의 비율이 60% 이상이며 방화범죄자들의 진술에서 현재의 경제 상태는 빈곤하다고 70% 이상이 말하였다. 유독 방화범죄는 음주 및 정신적 문제 등을 지니고 있을 때는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수사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2. 방화범죄의 공간 이동성
방화범죄자의 공간 이동성은 지리적 프로파일링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공간 이동성은 '공간에 대한 친숙성, 자신의 생활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다. 이들이 범죄를 행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장소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장소, 다시 말해 자신의 생활공간 내의 장소이거나 또는 자신이 거주하는 곳과 비슷한 환경을 가진 장소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범죄자의 공간적 이동성이 안정적인가 이 동적 인가에 대한 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완충지대' 개념이다. 자신 거주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지역을 완충지대라고 표현하는데, 이러한 완충지대를 설정하여 범죄를 행한다면 이 동적인 범죄자 유형일 가능성이 높으며, 완충지대보다는 자신의 생활공간과 유사한 환경에 더욱 안정감을 느끼는 범죄자의 경우에는 안정적인 유형의 범죄자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들은 범죄를 저지른 후 자기 거주지로 향하는 이동성을 보이는 '회귀적 범죄자 유형'인 경우가 많았다. 방화범은 거주지와 멀어질수록 방화가 줄어드는 '거리 감퇴 현상'이 나타나며, 자신만의 안락한 공간을 갖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를 모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화범죄자의 공간적 이동성이 방화범죄의 프로파일링에 중요하게 적용된다는 것은 많은 연구 결과에서 보고되었다.
그리고 범죄자의 특성에 따라서 범죄를 위한 이동 거리가 달라진다. 반달리즘 동기를 지닌 방화범은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방화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고, 범죄은닉·흥미·보복의 동기 범들은 집과 직장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화범은 범행 장소가 거주지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예를 들자면 도구적 이익을 위한 방화범은 감정적 욕구 표출을 위한 방화범보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자신의 욕구 표출을 목적으로 하는 표현적 방화범은 2km 이상 이동하는 방화범이 적었으며 연쇄 방화의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연구되었다.
방화범죄자의 행동 특징
1. 방화 현장의 특징
방화범죄의 현장은 다른 범죄와의 특이점 '불'의 속성으로 인하여 현장의 모든 증거가 오염되거나 소멸하기 때문에 범죄자의 흔적을 찾아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강력범죄와는 다른 수사기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부분의 증거가 잿더미로 변해있는 방화 현장에서 범인의 행동을 유추할 수 있는 작은 단서라도 읽어 내는 것과 두 번째로 방화범죄자의 특성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2. 방화범죄자의 범죄 현장 행동 특징
'방화는 모든 화재 유형을 모방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방화는 대부분이 계획적이고 준비된 경우에는 실화나 일반사고에 의한 화재로 위장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니 현장 감식 과정에서 위장의 증거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방화 현장에는 많은 한계가 있으며 현장 감식을 통해 범인의 신원이나 구체적인 범행 수법 등을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화재 현장이 방화로 보인다면 다양한 특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대상물의 선택, 촉진제의 사용, 방화장소의 특성, 발생 시간대 등 현장 특성 및 발생상황의 모든 요소가 범죄자의 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강력범죄의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범죄자 프로파일링 기법이 개발된 이후, 대부분의 연구는 범죄자의 유형을 분류하기 위한 기준으로 범죄자의 동기에 초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범행 동기는 사건 발생 직후 수집된 정보만으로는 확인되기 어려우며 범인이 검거된 이후에 범인조차도 동기를 명확히 진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한계가 거론되면서 최근의 연구는 사건 발생 직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에 근거한 범죄자의 행동을 통해 범죄자의 유형을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방화범죄의 유형이나 현장 특성을 좀 더 고려한 방화범죄의 유형이 어느 정도는 공통분모가 있음을 확인하여 준다. 감정적인 흥분이나 분노가 원인인 방화범죄의 현장은 파괴적인 특성이 두드러졌고 개인의 신념이나 테러가 목적인 극단주의 방화범의 현장은 과시적 특성이 두드러졌다. 반면, 범죄와 관련된 방화는 현장에 적절한 손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발생하였고 자살이나 정신장애 등 절망감에 기인한 방화 사건은 주거지를 중심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였다.
방화와 관련된 여러 문헌 연구나 실증연구를 고찰한 결과 방화범에 대한 신비주의적 입장은 세월이 가면서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방화범 중 정신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10% 이상이다. 특히나 조현병을 가진 범죄자들이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이들에 대한 치료적 개입이 꼭 필요하다. 폭력 사건과 같이 경미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부터 다른 범죄들보다 대처하는 방식을 다르게 접근하여야 재범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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